한 번쯤은 꿈꿔본 '시장'이라는 자리



2026년이 밝으며 선거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경북 도지사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다렸다는 듯 너도나도 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옆 동네 포항 3선 이강덕 시장이 도지사 출마를 선언하자 이틈을 타 많은 후보자들이 도전장을 던지며 포항 곳곳은 현수막으로 가득 차고, 선거판은 달아오르고 있다.


경주는 아직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APEC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3선에 도전하는 주낙영 시장과 수없는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박병훈 후보가 본격적으로 경주시장 선거에 뛰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경주시의회 의장 출신과, 선거철만 되면 문자와 얼굴 알리기로 등장하는 몇몇 관심 없는 후보들까지 하나둘 선거판에 모습을 드러내고있다.


민주당 역시 현 지역위원장인 한영태 위원장이 재도전할지, 낙하산 후보가 내려올지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은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속으로 꿈꿔보는 자리다.


나 역시 그랬다. 한때는 시장이라는 자리를 진지하게 꿈꿔본 적도 있다.


지금 이 글은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깎아내리기 위한 글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시장’이라는 자리가 무엇인지, 내 생각을 풀어보는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시장의 꿈을 내려놓았다.


학벌이 안 돼서도 아니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서도 아니고 용기가 없어서도 아니다.


시장은 “잘할 수 있다”고 말해도 되는 자리가 아니라, 정말로 잘해야만 하는 자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시장은 의지나 자신감만으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시장은 나의 삶보다 시민의 삶을 책임질 수 있을 때만 욕심을 낼 수 있는 자리다.


과거 내가 꾸었던 시장의 꿈이 시민을 위한 꿈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의 삶을 위한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시장은 중앙정부, 국회, 공공기관과 직접 협상하고 결정해야 하는 도시의 최고의 행정 책임자이다.


예산은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정책은 쉽게 승인되지 않는다. 국비는 명분과 논리, 그리고 경험이 있어야만 움직인다.


“잘해보겠다”는 말은 공무원이 할 말이지, 시장이 할 말은 아니다.


시장이 행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도시는 곧바로 위험에 노출된다.


중앙부처와의 협상에서 논리를 세우지 못하고, 국비 확보에 실패하면 도시는 바로 혼란에 빠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삶으로 돌아온다.


행정을 모르는 시장 아래서 도시의 시계는 엉뚱한 방향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시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학벌과 경력이 왜 중요하냐고 묻는다.


학벌은 그 사람이 어떤 사고 훈련을 받아왔는지에 대한 기록이고, 경력은 무엇을 직접 실행해 본 사람인지에 대한 증거다. 이 차이는 반드시 시민의 삶으로 이어진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는 감정이 아니라 정책으로 움직인다.


보고서, 예산서, 타당성 조사, 법령 해석을 이해하지 못한 채 시장에 오른 사람이 뒤늦게 공부하며 시정을 운영한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공무원이 시장을 신뢰하지 않기 시작하면, 시장은 결정권자가 아니라 단순한 결재자로 전락한다.


시청 조직을 모르고 행정을 모르는 시장이 만들어내는 혼란의 대가는 결국 시민이 치른다.


행정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실패의 무게를 모른다. 그래서 쉽게 약속하고, 쉽게 말을 바꾸고, 쉽게 남 탓을 한다.


시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비와 국가사업을 끌어오는 것이다.


국가 중장기 계획 속에 도시를 끼워 넣을 줄 알아야 하고, 대통령·총리·장관의 공약과 도시의 미래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공모사업도 뒤늦게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미리 기획해 선점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정책 기획력, 중앙 인맥, 행정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국회와 부처를 동시에 설득할 수 있는 힘에서 나온다.


시장의 일은 연습으로 할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장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방향을 정하고, 핵심 사업을 결정하고, 사람을 선택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세부 민원까지 직접 처리해서는 안 된다.


민원은 실무자의 영역이다. 시장이 현장 직원이 되는 순간, 도시는 방향을 잃는다.


시장은 반드시 검증된 사람이어야 한다. 의지만으로 도전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시민의 삶을 책임질 수 있을 때만 설 수 있는 자리다.


선거는 내 가족과 경주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선택이다.


이제는 내 나이보다 어린 과장이 면장을 맡는 시대다. 옛날 어른들이 세상을 등지고 시대는 바뀌었고 경주도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