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후보는 전기세로 웃기나?” 


“경주시민 전기세 무료”, “기업 전기료 30% 할인”, “전기세 아껴 소고기 사먹자.”  “널리 공유해 달라~”



이번 경주시장 선거를 보면 간절하게 시장을 원했던 사람, 이름 알리러 나온 사람, 조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 그리고… 집이 100채 부자라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더니 후보 등록금 나머지 800만 원이 아까웠는가? 등록 안 하고 시민들을 웃겨준 사람까지 여러 종류의 사람이 다 등장했다.


모든 시장 후보들과 학력·경력·행정 경험·인지도 등으로 압도하며 예선전을 통과한 주낙영 국민의힘 후보 앞에 민주당 후보가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주시장 후보에 박근영 후보를 단수 공천했다.


박근영 후보는  언론인 출신이라고 알려졌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사람이 누군지도 잘 모른다. 가끔 페이스북에서 내가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누르던 사람 정도로 기억한다.


나는 지금 이 글을 박 후보를 비하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언론인으로서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언론을 떠나 경주시민의 한사람으로 느낀 생각과 시각을 솔직하게 적는 글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냉정히 말하면 주낙영 후보가 학벌·경력·행정 경험·인지도 등을 하나하나 비교해봤을 때, 예선전에 나왔던 다른 4명의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벌 좋다고 무조건 시장 잘하는 것도 아니고, 경력이 없다고 시장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꼭 봐야 하는 것은 시장의 자질이다. 시장은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고, 예산을 끌어오고, 갈등을 조율하고, 시민 삶을 실제로 바꿔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봐야 하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정체성이란 결국 이 사람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다.


이 사람이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보수인지 진보인지, 왜 그 정당에 있는지, 평소 어떤 말을 해왔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그래서 민주당 박근영 후보의 정체성을 한 번 알아봤다.


경주시민을 대표하겠다고 나온 이상 도덕성도 검증해야 하고, 능력도 검증해야 하고, 정체성도 검증해야 한다.


우선 박근영 후보는 범죄 기록이 없는 깨끗한 후보이다.


박 후보는 과거 김석기 의원 선거를 도왔던 사람이고, 민주당 입당은 약 2년 정도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분을 지적하는 건 아니다. 그럴 수 있다.


솔직히 나 역시 요즘 국민의힘을 보면 몸서리쳐질 때도 있다. 과거 국민의힘 당원이든 무당층이든 민주당으로 간 것 자체는 문제 될 게 없다.


민주당 공천 기준도 알아봤다. 당비 4년치 제출 이야기가 있는데, 입당 2년 된 사람은 2년치만 내면 된다. 4년 기준은 입당 5년 이상 된 사람들에게 최근 4년간 당비 성실성을 보는 기준이다. 즉 박 후보는 이 부분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


군대를 안 갔다 온 것도 문제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 사유가 무엇이든 그것만으로 시장 후보 자격이 없다고 보진 않는다.


세금 체납 기록 70만 원이 있다. 그것도 솔직히 큰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살다 보면 돈 없어서 밀릴 수도 있고, 깜빡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박 후보의 페이스북에 올린 공약을 보고 솔직히 적잖이 놀랐다.


“경주시민 전기세 무료.”

“기업 전기료 30% 할인.”


내용을 보면 이렇다.


“경주는 원전 6기와 방폐장, 맥스터까지 떠안고 있으니 시민들에게 전기세 면제 혜택을 줘야 한다.”

“안 되면 원전 뽑아서 서울 보내자.”

“맥스터 캐서 세종 보내자.”

“이재명 대통령께 건의하겠다.”

“정청래 대표가 국회에서 떠들게 하겠다.”

“전기세 아껴 소고기 사먹자!!^^”


겉으로 보기에는 시민들을 위한 파격 공약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적인 정책 제안이라기보다는 감정 자극과 원전에 대한 불안 심리를 활용한 ‘관심 끌기식 정치 쇼’로 비춰진다.


시장 후보라는 사람이 경주의 미래 산업과 국가 에너지 정책을 너무 가볍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솔직히 언론인 출신에 나이가 60이 넘은 사람이  MZ세대식 밈 정치 흉내를 내는 것도 아니고, 시장 후보라는 사람이 올린 글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가볍게 보인다.


결국 시민들이 보고 싶은 것은 웃기려고 쓰는 인터넷 댓글 같은 글이 아니라 경주의 미래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비전일 것이다.


경주는 단순히 원전만 있는 도시가 아니다. 대한민국 대표 역사문화관광도시이면서 동시에 국가 에너지 산업의 핵심 전략 도시다.


그런데 박 후보 글을 보면 마치 경주가 국가에 일방적으로 희생만 당하는 도시처럼 묘사된다.


경주는 원전과 방폐장으로 인해 각종 지원사업, 지역자원시설세, 특별지원금, 기반시설 투자, 협력업체 유입, 고용효과 등 상당한 경제적 혜택과 재정 효과를 함께 받고 있다.


즉 위험 요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지역 경제가 움직이는 구조도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는 “가정용 전기세 전면 무료”, “기업용 전기료 30% 할인”. 이게 경주시장 권한만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했는가?


이건 국가 전력 정책, 한국전력공사 재정 구조, 전기사업법, 국가 예산 체계까지 모두 연결된 사안이다.


경주시장 혼자 “오늘부터 무료!” 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공약은 경주시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이재명 대통령께 건의하겠다.”

“정청래 대표가 국회에서 떠들게 하겠다.”


실제로 경주시 전체 가구와 기업 전기요금을 장기간 지원하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간다.


결국 국가 지원과 법 개정, 중앙정부 협의가 모두 필요한 사안인데, 마치 시장에 당선만 되면 바로 가능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현실 정치와 행정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닌가.


시장 후보라면 시선을 끌기 위해 이런 말도 안 되는 공약보다는 경주의 산업과 인프라를 어떻게 더 안전하게 발전시키고 시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으로 연결할 것인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원전과 방폐장으로 인해 얻는 경제 효과와 지원 규모는 상당하다. 수많은 협력업체와 일자리, 지방세, 국책사업이 함께 움직인다.


물론 안전 문제와 주민 우려는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 하지만 시장 후보라는 사람이 “원전 뽑아서 서울 보내자”, “맥스터를 세종으로 가져가라” 같은 표현을 쓰는 걸 보면 이 사람의 정체성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시장은 시민 불안을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위험은 줄이고 혜택은 키우는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다.


그리고 또 하나... “시장 되면 축사·격려사 안 하겠습니다.”


이건 뭐꼬? 시장이 행사장에서 축사하는 이유는 단순히 얼굴 비추기가 아니다. 시장은 도시를 대표하는 공식 책임자이다.


축제, 체육대회, 문화행사, 봉사활동, 기업 행사 등에서 시민을 격려하고 도시 비전을 공유하는 것도 시장의 역할 중 하나다.


실제로 시장 축사 하나에도 행사 위상, 기관 협력, 관광 홍보, 시민 사기 진작 등의 의미가 담겨 있다.


물론 형식적이고 긴 축사는 줄일 필요가 있다. 시민들도 지루한 정치인 연설 싫어 할수있다. 그렇다고 “축사 안 하겠습니다”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게 과연  정책인가?


솔직히 이런 생각도 들었다. “혹시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 잡는 게 부담스러운 건 아닐까?”

“연설하다 버벅거릴까 봐 미리 보험 들어놓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게만든 공약이다.


박근영 후보가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이 사람에게 관심조차 없었을 것이고, 바쁜 시간 쪼개 이런 글을 쓸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냉정하게 봐서 시민들은 박근영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본다. 주낙영 후보가 중도 사퇴하거나 죽지 않는 이상 결과가 뒤집히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굳이 이런 글까지 써가며 박근영 후보와 척을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언론이라는 건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을 해야 하는 자리이다. 언론이라면 현실적인 부분을 짚어주고, 시민 입장에서 한 번쯤 냉정하게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는것이다.


민주당에서 정말 경쟁력 있고 능력 있는 후보가 나와 주낙영 시장과 치열한 정책 경쟁을 벌였다면 선거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을 것이라는게 시민들의 생각이다.


누가 더 경주 미래를 잘 이끌 수 있는지, 누가 더 능력이 있는지, 시민들도 긴장감 속에서 비교하고 선택하는 의미 있는 선거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후보가 나온 상황에서 시민들 입장에서는 기대감보다 피로감만 더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과가 보이는 상태에서 선거는 끝까지 계속되어야 하고, 그 과정 속에서 불필요한 소모전과 행정력, 돈 낭비까지 함께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만약 이번 선거가 사실상 무투표 수준으로 정리됐다면, 주 시장은 하루라도 빨리 시정에 복귀해 행정을 안정시키고 지역 현안 해결에 더 집중하고 있었을 것이다.


과연 경주시민들이 이런 선거를 보며 재미를 느끼고 있을까? 시간과 돈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