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외국인 병원비 지원 ‘논란’ “치료비 없어 병원 못 가는 경주시민부터 살펴야”


 

외국인 의료지원 인도적 취지는 공감, 그러나 올해 3천만원이 내년 5천만원 후년 1억원이될수도..

 

경주시민 의료 사각지대는 파악했나..

 

경주시가 건강보험 등 의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주민은 물론 미등록 외국인에게까지 병원비를 지원하는 사업 시행을 발표하면서 복지 형평성과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아프거나 위급한 상황에 놓인 외국인에게 최소한의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픈 사람을 외면하자는 것도 아니며 외국인 복지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문제는 시민 세금의 사용 원칙이다.

 

경주시가 외국인 의료 사각지대를 살피기에 앞서 과연 경주시민 가운데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미루거나 건강보험료조차 제대로 납부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주시는 오는 9월부터 경주에서 90일 이상 거주하면서 건강보험 등 다른 의료보장 혜택을 받지못하는 외국인에게 병원비를 지원한다.

 

미등록 외국인도 대상에 포함된다.

 

경주시는 예산을 3천만원 편성했다. 의료비는 1인당 500만원 범위이며 본인부담 10%를 제외하면 경주시가 부담하는 금액은 1인당 최대 450만원이다.

 

그렇다면 경주시에서 적게는 6, 많게는 100여 명의 외국인을 도와주어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생각을 안 해볼 수 없다.

 

또한 이 3천만원이 올해 한 번 사용하고 끝나는 돈이겠는가?

 

내년에 수요가 더 늘어나면 예산을 또 늘릴 것인지, 후년에 대상자가 증가하면 다시 증액할 것인지, 외국인 주민이 계속 증가할 경우 그에 비례해 경주시 예산도 계속 확대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올해는 시범사업이라는 이유로 3천만원으로 시작하지만 실제 수요가 확인되면 내년에는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까지 예산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이다.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뒤 객관적인 평가 기준 없이 매년 예산만 늘어난다면 결국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상시적인 복지사업으로 굳어질 가능성을 지적한다.

 

무엇보다 외국인 의료지원 예산을 확대하기 전에 경주시민의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는 얼마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지 경주시는 설명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모든 외국인에게 450만원이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치료비가 10만원일 수도 있고 50만원, 100만원일 수도 있으며 큰 수술을 받으면 수백만원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대 지원액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6명에게 450만원씩 지원할 경우 2700만원이 소진된다. 7명에게 최대액을 지원하면 3150만원으로 올해 전체 예산을 넘어선다.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3천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병원비 50만원이 없어 치료를 미루는 경주시민에게 지원한다면 60, 30만원씩 지원한다면 100명의 경주시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예산이다.

 

경주시 외국인 담당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경주시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복지 의료지원 제도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상황은 다르다. 긴급한 상황에서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고, 지원 대상이 누구인지, 얼마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시민을 찾기도 쉽지 않다.

 

제도가 있다는 것과 시민이 실제로 그 제도를 알고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경주시는 외국인 의료 사각지대를 위한 새로운 지원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존의 경주시민 의료지원 제도가 과연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져 있는지, 병원비 부담 때문에 치료와 수술을 미루고 있는 시민은 얼마나 되는지부터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3천만원이 경주시 전체 예산 규모에서 보면 작은 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30만원, 50만원이 없어 병원 검사를 미루고 전기요금이 없어 전기가 끊기는 집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묻고 싶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기초생활수급자들보다 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다.


건강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병원비가 부담스러운 문제는 외국인에게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수입은 있지만 빚과 생활비를 감당하고 나면 병원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 갑작스럽게 경제적 위기에 놓였지만 각종 기준 때문에 복지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사람 등 행정통계만으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어려운 시민들이 있다.

 

이들에게 30만원, 50만원의 병원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당장 생활비도 빠듯한 상황에서 수십만원의 검사비나 치료비가 발생하면 병원을 찾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경주시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가난하지 않다. 한국인과 같은 시급을 받으며 어찌 보면 한국인보다 더 많이 버는 외국인들도 많다.

 

이들이 외국인이라서 병원비가 비싸 치료를 못 받아서 죽는단 말인가?

 

경주시가 외국인 의료 사각지대를 위해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먼저 조사했어야 했다.

 

외국인 담당 부서는 당연히 정책적으로 외국인들을 위한 사업을 검토하고 시행하는 게 당연하지만, 시민들 입장에서 외국인들보다 더 형편이 어려워 몸에 병이 커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경주시에서 외국인들을 위해 예산을 편성해 병원비를 대준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먹고사는 것이 아무 걱정 없는 사람들은 타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을 측은하게 생각해 비싼 병원비 정도는 우리가 좀 도와주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병원비가 부담스러워 병원을 찾지 않는 시민들을 생각해 봐야 하는 예민한 정책이다.

 

경주시민 가운데 건강보험료를 장기간 체납하고 있는 시민은 몇 명인지 알고 있는가?


경주시는 지방세를 내지 않는 사람들을 추적해 자동차 번호판을 떼고 독촉하며 세금을 걷는다.

 

물론 당연하게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돈이 있어도 내지 않는 사람이 있겠지만 대부분 형편이 어려워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병원을 한 번 제대로 갈까? 병원비 만원이 아까워 병원을 가지 않는 사람들을 경주시는 파악하고 있는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실제 생활이 어려워 의료비 지원이 필요한 시민은 몇 명인지 알고 있는가?

 

경주시는 외국인 병원비를 챙기며 인도적 차원에서 보여주기식 행정을 할 수 있겠지만, 어려운 시민들의 기본적인 실태부터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책을 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을 돕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경주의 제조업과 농업 등 산업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당하게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우리나라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며 정당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보장받아야 한다.

 

아프면 치료받아야 한다는 것 역시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것과 경주시가 시민의 세금으로 미등록 외국인의 의료비까지 직접 부담하는 문제는 별도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번 문제는 외국인 병원비 3천만원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의 순서를 묻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외국인 지원에 대한 찬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외국인을 지원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이라면 누구를 먼저 살펴야 하고, 어떤 기준으로 세금을 사용해야 하는가를 지적하는 것이다.

 

아픈 외국인을 외면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이라는 좋은 취지지만 경주시민 가운데 병원비 30만원, 50만원이 없어 치료를 미루고 있는 사람은 없는가.

 

그들을 먼저 찾아보고 제도 밖에 방치된 시민들에게 손을 내민 뒤 외국인 의료 사각지대까지 함께 살피는 것. 그것이 시민들도 공감할 수 있는 복지의 순서가 아닐까...